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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해외/대만

[🎒 여행 준비 3] 대만 이모저모 (여행자를 위한 대만 역사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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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현재 대만 여행 전 여러가지를 미리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대만 이모저모' 시리즈에 대한 글을 작성중이다. 지난 두 개 포스팅에 이어 세 번째 포스팅인데, 역시나 본인이 자료를 찾고 글을 정리하다보면 그에 대한 이해가 많이 올라가는 듯 하다. 이번에는 대만 역사를 조금 더 알아보고자 한다. 모든 역사를 다 살펴본다는 건 물리적으로 힘든 일이라 '여행자를 위한 역사' 정도 수준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들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대략 3개 챕터로 나눠진다.

 

1. 대만은 누구의 땅이었나?

2. 시대별 문화 유산으로 보는 대만

3. 역사 속으로 떠나는 대만의 도시 여행 (타이페이, 타이난, 지우펀, 타이중, 화롄, 가오슝)

 

중간 중간 역사와 관련된 장소는 구글맵 링크를 첨부해 두었으니 혹시라도 관심있는 분들은 해당 링크를 통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다.

 

참고로 아래는 이전에 작성했던 두 편의 포스팅이다.

1. 시리즈 1: 대만 항공권과 숙소 예약하기

2. 시리즈 2: 대만 날씨, 음식, 야시장, 종교, 다양한 거리 문화 등을 요약해서 살펴보기

 

본론

여행자를 위한 대만 역사 이해하기


1. 대만은 누구의 땅이었나?

여행자로서 대만을 방문하면 처음 느끼는 것이 바로 이 땅의 다층적인 문화다. 중국도, 일본도 아닌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이 나라의 역사를 이해하면 여러분의 여행이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

 

1.1. 원주민의 섬, 대만

대만의 가장 오래된 주인은 오스트로네시아계 원주민들이었다. 현재 16개의 원주민 부족이 공식 인정받고 있는데, 여행자들은 여러 지역에서 이들의 살아있는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여행자를 위한 원주민 문화 체험

  • 우라이(烏來): 타이페이에서 가장 가까운 원주민 마을로 타이야족의 전통 문화와 온천을 함께 즐길 수 있다.
  • 란위(蘭嶼): 본섬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작은 섬으로 타오족의 전통 지하가옥과 독특한 선박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 아리산(阿里山) 지역: 쭈오족의 마을로 고산 지대의 독특한 생활 문화와 수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다.

 

놓치지 말아야 할 원주민 축제

  • 매년 7-8월에 열리는 아미족 풍년제는 UNESCO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화려하고 독특하다.
  • 8월의 타이야족 구릉제에서는 전통 수렵 문화를 엿볼 수 있다.

 

1.2. 유럽인들이 남긴 흔적

17세기, 네덜란드와 스페인이 이 섬에 진출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들이 남긴 흔적은 오늘날 대만의 중요한 관광 자원이 되었다.

타이난의 유럽 유산

  • 안평고보(安平古堡)
    •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반도에 세운 첫 요새로 '젤란디아 성'이라 불렸음
    • 현재는 박물관으로 운영되며 당시의 해상무역 역사를 소개
    • 성벽에 올라 안평 구시가지 전경 조망 가능
    • 주변 안평 올드 스트리트에서 전통 간식 체험
    • 박물관에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시대의 무역품 전시

북부의 스페인 흔적

  • 홍마오청(紅毛城)
    • 스페인이 처음 건설하고 네덜란드가 재건한 요새
    • '홍모(紅毛)'는 당시 서양인을 지칭하는 말
    • 요새 내부의 박물관에서 유럽 식민지 시대 전시 관람
    • 타이페이 근교 당쉐이 지역의 대표적 관광지
    • 아름다운 전망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함

 

유럽인들이 남긴 문화적 유산

  • 교육과 의료
    • 최초의 서양식 학교 건물 흔적
    •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대만어 사전
    • 근대 의료 시설의 시작
  • 농업과 무역
    • 사탕수수 재배법 도입
    • 체계적인 토지 등기 제도의 시작
    • 국제 무역항으로서의 기반 마련

 

1.3. 한족 문화의 유입과 발전

청나라 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유입된 한족 문화는 오늘날 대만 전통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여행자가 꼭 봐야 할 한족 문화 유산

  •  룽(용)산사(龍山寺)
    • 대만의 대표적인 사찰로, 1738년 건립
    • 불교와 도교가 융합된 독특한 신앙 문화
    • 정교한 목조 조각과 채색화
    • 현지인들의 일상적 참배 문화 체험
    • 주변 허핑 지역의 전통 시장과 연계 관광 추천
  • 디화제 / 디화지에 (迪化街)
    • 청나라 시대의 상업 거리
    • 백년 된 한약재와 건어물 상점들
    • 바로크 양식과 중국 전통이 혼합된 건축 감상
    • 설날 시즌의 전통 시장 축제
    • 최근 예술가들이 입주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
  • 보안궁(保安宮)
    • 청나라 시대 이주민들이 세운 사원
    • 정교한 석조 장식과 벽화
    • 매월 1일과 15일의 전통 의례 관람 가능
    • 주변에서 전통 제례 음식 맛보기

생활 속 한족 문화 체험

  • 전통 차문화
    • 백년 된 차 전문점들
    • 전통 다도 체험
    • 대만 고산차 시음
  • 지역 축제
    • 마조 순례 행사
    • 중원절 귀신 축제
    • 음력 설날 전통 행사

1.4. 일본이 남긴 근대화의 흔적

50년간의 일본 통치 시기는 대만의 근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대만 곳곳에서 이 시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일본 시대의 건축 유산

생활 속에 남은 일본 문화

  • 온천 문화
    • 양명산 온천: 일본인들이 개발한 온천장
    • 전통 온천 여관 체험
    • 온천과 함께하는 일본식 요리
    • 온천 달걀과 족욕 문화
  • 건축과 주거
    • 다다미방이 있는 전통 가옥들
    • 일본식 정원의 미학
    • 선샨차오 문화단지: 일본 관사촌 재생 공간
  • 음식과 일상
    • 일본식 시장 건물
    • 이자카야 문화
    • 벤토(도시락) 문화
    • 와사비와 간장 등 조미료 문화

대만의 일본 친근감

대만은 일본에게 식민 지배를 당했음에도 친근감이 높은 나라다. 이유가 뭘까? 대략 4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다.

  1. 일제 통치기의 특수성 (1895-1945)
    • 다른 식민지와 달리 '모범적 식민지'를 목표로 한 통치
      • 근대적 인프라 구축 (철도, 상하수도, 전기 등)
      • 공교육 시스템 도입
      • 위생, 의료 시설 확충
      • 산업 근대화 추진
    • 상대적으로 덜 가혹했던 통치
      • 한국, 중국 등과 비교해 덜 억압적인 정책
      • 대만인 엘리트들의 일본 유학 장려
      • 현지 문화와의 공존 시도
  2. 전후 국민당 통치와의 대비
    • 1945년 이후 국민당의 강압적 통치
      • 2·28 사건 등 본성인 탄압
      • 중국 문화 강요
      • 경제적 수탈
      • 계엄령 시기의 백색테러
    • 이로 인한 '일본 시대 재평가'
      • 국민당 통치와 비교해 일제 시기를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회상
      • 일본이 남긴 근대화 유산 재조명
  3. 현대의 전략적/문화적 친밀감
    • 지정학적 이해관계
      • 중국에 대한 공동의 경계심
      • 미국-일본-대만의 전략적 협력
      • 경제적 상호의존도
    • 문화적 영향
      • 일본 대중문화의 큰 영향력
      • 교육받은 세대의 일본 문화 향유
      • 관광, 유학 등 활발한 인적 교류
  4. 세대별 차이
    • 일제 시기 경험 세대
      • 직접적인 기억과 경험 보유
      • 일본어 구사 가능
      • 양가적 감정 공존
    • 전후 세대
      • 일본 문화에 대한 호기심
      • 정치적 편견 없는 문화 소비
      • 현대 일본과의 활발한 교류

 

1.5. 현대 대만의 형성

1945년 이후의 역사는 오늘날 대만의 정체성을 형성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계엄령 시기의 흔적

  • 2·28 사건 기념관
    • 대만 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장소
    • 당시 사건의 상세한 전시
    • 평화와 인권에 대한 교육의 장
    • 주변 2·28 평화공원과 연계 관람
  • 녹도 인권문화원구
    • 과거 정치범 수용소의 변화
    • 인권 박물관으로 재탄생
    • 감옥 시설을 그대로 보존
    • 당시 수감자들의 생활상 전시
  • 중정기념당
    • 장개석을 기리는 기념관
    • 매시 정각 위병 교대식 구경
    • 중국 궁전식 건축의 웅장함
    • 옥상에서 보는 타이페이 전망


경제 발전과 민주화의 현장

  • 신주 과학단지
    • 대만의 실리콘밸리 (TSMC 본사와 공장이 모두 여기에 있다.)
    • 첨단 산업의 중심지
    • 과학산업박물관 견학 가능
  • 자유광장
    • 과거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장소
    • 현재는 시민들의 문화 공간
    • 주변 공연장과 예술 공간
    • 야간의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

 

현대 대만의 상징

  • 타이페이 101 (전망대)
    • 전통 죽순 모양을 형상화한 현대 건축
    • 세계적 쇼핑몰과 전망대
    • 새해 불꽃놀이의 중심
    • 현대 대만의 경제력 상징
  • 송산(쑹산)문화창의공원
    • 옛 담배공장의 문화공간 변신
    • 젊은 예술가들의 활동 무대
    • 정기적인 문화예술 행사
    • 산업유산의 창조적 활용 사례

2. 시대별 문화유산으로 보는 대만

 

2.1. 살아있는 원주민 문화를 만나다

대만의 원주민들은 말레이-폴리네시아계 민족으로 수천 년 동안 이 섬을 지켜왔다. 현재 정부가 공식 인정한 16개 부족은 각자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며 현대 사회에 적응해가고 있다. 한때 차별과 동화 정책으로 위기를 맞았던 원주민 문화는 1990년대 이후 부족의 권리를 인정받으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꼭 가봐야 할 원주민 문화 명소

  • 타이루거 국립공원
    • 타로코족의 생활터전인 절벽 지대
    • 웅장한 대리석 협곡과 전통 문화의 조화
    • 석벽 주거지 트레일 체험
    • 전통 수렵 문화 전시관 견학
    • 원주민 가이드의 설화 해설 투어 참여
  • 란위도(蘭嶼)
    • 타오족의 독특한 지하가옥 체험
    • 전통 어로 방식 시연과 체험
    • 배만들기 워크샵 참여
    • 야간 전통 무용 공연 관람
    • 계절별 축제 참여 기회

원주민 문화의 현대적 계승

  • 공연예술
  • 생활문화 체험
    • 전통 직조 워크샵 참여
    • 부족별 특색있는 요리 체험
    • 원주민 가이드와 함께하는 생태 트레킹

 

2.2 유럽 문화의 흔적을 찾아서

17세기 아시아 무역 거점을 찾던 유럽 열강들이 대만에 진출했다. 네덜란드(1624-1662)와 스페인(1626-1642)의 통치는 비록 짧았지만 대만에 최초의 서양식 건축물과 근대적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네덜란드는 대만 최초의 근대적 토지 등기 제도와 학교 제도를 도입했고 그들이 남긴 건축물은 현재 대만의 중요한 문화유산이 되었다.

 

 

타이난의 유럽 유산

  • 안평고보(安平古堡)
    •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반도에 세운 첫 요새로 '젤란디아 성'이라 불렸음
    • 현재는 박물관으로 운영되며 당시의 해상무역 역사를 소개
    • 성벽에 올라 안평 구시가지 전경 조망 가능
    • 주변 안평 올드 스트리트에서 전통 간식 체험
    • 박물관에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시대의 무역품 전시
  • 프로비던시아(프로빈시아) 요새 (정원)
    • 복원된 유럽식 성곽
    • 지하 유적 발굴 현장
    • 당시 무역 루트 전시
    • 해상 방어 시설 견학

 

북부의 서양 문화 유산

  • 홍마오청(紅毛城)
    • 스페인이 처음 건설하고 네덜란드가 재건한 요새
    • '홍모(紅毛)'는 당시 서양인을 지칭하는 말
    • 요새 내부의 박물관에서 유럽 식민지 시대 전시 관람
    • 타이페이 근교 당쉐이 지역의 대표적 관광지
    • 아름다운 전망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함

 

2.3. 한족 문화의 전성기

정성공의 반청복명 운동을 시작으로 청나라 시대(1683-1895)에 걸쳐 대규모 한족 이주가 이루어졌다. 특히 민남인(閩南人)과 객가인(客家人)의 이주는 대만의 문화적 토대를 형성했는데, 이 시기에 지어진 사원들과 형성된 거리들은 현재까지도 대만인들의 일상적 삶의 중심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종교 건축물

  • 룽산사 (용산사)
    • 불교-도교 융합 건축
    • 정교한 목조 장식
    • 현지인들의 일상 신앙 체험
    • 새벽 독경 소리 체험
    • 주변 약재 시장 연계
  • 보안궁
    • 청나라 시대 관왕 신앙
    • 전통 제례 의식 참관
    • 풍수를 반영한 건축 배치
    • 역사적 벽화 감상
    • 질병과 재앙을 막는다고 알려진 의술의 신인 '보생대제'를 모시고 있는 곳

전통 거리와 시장

  • 디화가 (디화제)
    • 19세기부터 자리한 거리
    • 백년 된 한약재 상점이 있고 전통 차 문화 체험이 가능
    • 건축 양식의 변천사로 현대 예술과의 만남
    • 골목골목에 다양한 상점을 찾는 재미가 있는 곳 

 

2.4. 일본이 남긴 근대화의 발자취

1895년부터 1945년까지 50년간의 일본 통치는 대만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일본은 대만을 '모범적 식민지'로 만들고자 했고 이 과정에서 근대적 도시계획, 철도, 상하수도 등 각종 인프라와 제도를 구축했다. 이 시기의 유산들은 현재 대만의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근대 건축의 보고

  • 총통부와 주변 관청가
    • 바로크와 일본 건축의 융합
    • 주말 정기 가이드 투어
    • 야간 조명이 아름다운 포토스팟
    • 근대 건축 양식의 교과서
    • 주변 식민지 시대 건물들과 연계 관람
  • 타이페이 철도역
    • 일본식 지붕의 상징적 건축물
    • 근대화 초기 철도 역사 전시
    • 역사 내 옛 사진 갤러리
    • 주변 철도 호텔과 우체국 건물

문화시설의 변신

  • 박물관과 학교
    • 국립대만박물관: 일제 시대 최초의 박물관
    • 타이페이 제일여고: 보존된 목조 교사
    • 보타닉 가든: 열대식물 연구소의 변신
    • 타이페이 의과대학: 의료 근대화의 상징

일상에 녹아든 일본 문화

  • 온천 문화
    • 양명산 온천 마을
    • 북투 온천 박물관
    • 일본식 온천 료칸 체험
    • 계절별 온천 축제
  • 음식과 건축
    • 일식 가옥 카페
    • 다다미방 레스토랑
    • 일본식 정원이 있는 찻집
    • 이자카야 골목 탐방

3.  역사 속으로 떠나는 대만의 도시 여행

오늘날 대만의 도시들은 흥미로운 층위를 가지고 있다. 원주민 문화의 흔적 위에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식민지 시대, 정성공의 반청복명 시기, 청나라의 통치 시기, 일본의 식민지 시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시대가 겹겹이 쌓여 독특한 도시 문화를 형성했다.

여행자로서 이런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면 단순한 관광이 아닌 시간 여행과도 같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각 도시는 저마다의 번성기가 있었고 그 시기의 문화유산이 가장 풍부하게 남아있다.


3.1. 타이페이: 습지에서 아시아의 국제도시로

도시의 형성과 변천
타이페이는 대만의 다른 도시들과는 매우 다른 성장 과정을 거쳤다. 본래 이곳은 케타가란족의 사냥터였던 습지대였는데, 1709년 한족 이주민들이 처음 이 지역을 개간하기 시작했고 점차 작은 취락들이 형성되었다. 1875년이 되어서야 청나라가 타이페이부를 설치하면서 본격적인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1895년 일본 통치가 시작되면서 타이페이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는데, 1900년 총독부가 이전해오면서 수도 기능을 갖추게 되었고 일본은 기존의 성벽을 허물고 격자형 도로망을 구축했다. 이 시기에 근대적 상하수도와 전기 시설이 들어섰고 타이페이는 본격적인 근대 도시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주요 지역의 특성과 문화유산
타이페이의 도시 구조는 각 시대의 흔적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중정구는 일제 강점기의 정치 중심지로 개발되어 현재는 총통부(구 총독부)와 중정기념당이 들어서 있다. 대도구는 청나라 시대부터 이어진 상업 지구로 특히 디화가에는 당시의 건축양식과 상업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만화구는 최초의 상업중심지로서 용산사를 중심으로 서민문화가 발달했다.

도시 발전의 특징
타이페이의 가장 큰 특징은 각 시대의 문화가 단절되지 않고 공존한다는 점이다, 청나라 시대의 전통 사찰과 일제 강점기의 관청 건물, 현대의 고층 빌딩이 한 도시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진행된 신의계획으로 건설된 현대적 금융지구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타이페이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3.2. 타이난: 대만의 첫 번째 수도

도시의 형성과 변천
타이난은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부터 청나라 시대까지 오랫동안 대만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 1624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젤란디아 요새를 건설하면서 도시의 역사가 시작되었는데, 이후 1662년 정성공이 네덜란드를 몰아내고 이곳을 동도(東都)로 삼으면서 타이난은 본격적으로 한족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청나라 시대에 들어서면서 타이난은 대만부(台灣府)의 소재지가 되어 더욱 번성했다. 이 시기에 많은 사찰과 관아가 건립되었고 상업과 문화가 크게 발달했다. 특히 당시 지어진 대천후궁과 공자묘는 타이난이 종교와 교육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주요 지역의 특성과 문화유산
타이난의 도시 구조는 세 개의 역사적 층위로 나눌 수 있다. 안평(安平) 지구는 네덜란드 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으로 젤란디아 요새 유적을 중심으로 당시의 해상무역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성내 지구는 정성공과 청나라 시대의 중심지로 대천후궁과 공자묘 등 전통 건축물이 밀집해 있다. 이 지역의 오묘거리(五廟街)는 당시 종교 문화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준다.

도시 발전의 특징
타이난은 1887년 타이페이로 수도 기능을 이전한 후에도 대만의 전통문화를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도시로 남아있다. 특히 민간신앙과 전통 음식문화가 강하게 남아있어 많은 이들이 타이난을 '대만 문화의 수도'라고 부른다. 현재는 근대 도시계획과 전통 문화 보존이 조화를 이루며 역사도시이자 현대 도시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3.3. 지우펀: 금광촌에서 문화예술의 도시로

 

도시의 형성과 변천
지우펀은 타이페이 옆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대만의 독특한 근현대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도시다. 원래는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이곳은 1890년 금광이 발견되면서 극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일제 강점기 동안 "동아시아의 금도시"로 불릴 만큼 번성했고 최대 전성기에는 수만 명의 광부들이 모여들어 작은 어촌을 국제적인 광산도시로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1971년 금광이 폐쇄되면서 지우펀은 급격한 쇠퇴기를 맞이했는데, 많은 주민들이 떠나갔고 한때 번성했던 도시는 잊혀져 갔다. 그러다 1989년 영화 '비정성시'의 촬영지가 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프가 되면서 지우펀은 국제적인 관광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주요 지역의 특성과 문화유산
지우펀의 가장 큰 특징은 산비탈을 따라 형성된 계단식 거리 구조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일식과 민남식이 혼합된 건축물들은 당시의 번영을 보여준다. 특히 차집과 상점들이 밀집한 구시가지는 1930년대 광산 도시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경관은 과거 광산 도시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동시에 시간이 멈춘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시 발전의 특징
지우펀은 산업도시에서 문화예술도시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폐광 이후 버려질 뻔했던 건물들은 갤러리,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재탄생했고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해질 무렵 붉게 물드는 하늘과 산비탈의 홍등이 만들어내는 야경은 지우펀의 새로운 상징이 되었다.

3.4. 타이중: 계획도시에서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도시의 형성과 변천
타이중은 대만 최초의 계획도시라는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895년 일본이 대만을 통치하기 시작하면서 북부의 타이페이와 남부의 타이난을 연결하는 중간 거점도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1900년대 초반 일본은 전통적인 격자형 도시계획에 근대적 도시설계를 접목한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타이중'이다.

타이중의 도시계획은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넓은 도로와 공원, 관공서, 학교 등이 체계적으로 배치되었고 문화시설과 상업지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도시 설계는 현대 도시계획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일본식 정원과 서양식 건축이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 경관은 타이중만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지역의 특성과 문화유산
타이중의 원도심은 일제 시대의 도시계획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타이중 공원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은 도로망, 과거 관사들을 개조한 문화창의산업단지, 그리고 일본식 건축물을 재활용한 예술공간들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과거 타이중주청(현 국립대만미술관)은 도시의 상징적인 건축물로 식민지 시대 건축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도시 발전의 특징
현대의 타이중은 계획도시의 유산을 바탕으로 문화예술도시로 발전했다. 오페라하우스, 미술관, 자연과학박물관 등 대규모 문화시설이 들어서면서 대만의 대표적인 문화도시로 자리잡았다. 또한 계획도시의 특성을 살려 자전거 도로망을 구축하고 공원을 확충하면서 살기 좋은 도시로도 주목받고 있다.

3.5. 화롄: 대자연과 공존하는 도시

도시의 형성과 변천
화롄은 대만의 다른 도시들과는 매우 다른 발전 과정을 거쳤다. 태평양과 중앙산맥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오랫동안 아미족을 비롯한 원주민들의 터전이었다. 도시 발전의 큰 전환점은 1910년 일본이 화롄항을 건설하고 대리석 광산을 개발하면서부터였다. 특히 1916년 철도가 개통되면서 비로소 현대적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일제 시대에는 대리석 산업을 중심으로 도시가 성장했고 이는 '대리석의 도시'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전후에도 대리석 산업은 계속되었지만 1970년대부터는 태로코 국립공원이 조성되면서 관광도시로서의 성격이 더해졌다. 현재는 원주민 문화, 산업 유산, 그리고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도시로 발전했다.

주요 지역의 특성과 문화유산
화롄의 도시 경관은 자연과 문명의 만남을 잘 보여줍니다. 도시 중심부에는 일제 시대의 계획도시 흔적이 남아있으며 철도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업지구가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도시 곳곳에 남아있는 원주민 문화의 흔적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미족과 타로코족의 전통 마을들은 현대 도시와 공존하면서 독특한 문화 경관을 만들어낸다.

도시 발전의 특징
화롄은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태로코 협곡과 같은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도 도시의 필수 기능은 계속 발전시켜 왔다. 특히 최근에는 생태관광과 문화관광을 결합한 새로운 도시 발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원주민 문화 체험, 옛 광산 투어, 생태 트레킹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관광 자원화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 받는다.

3.6. 가오슝: 항구도시에서 문화예술 도시로

도시의 형성과 변천
가오슝은 대만 최대의 항구도시로 그 역사는 네덜란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7세기 네덜란드인들이 '담수이'라 불렀던 이 지역은 천연의 항구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도시 발전은 일제 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였는데, 1908년 가오슝항이 국제무역항으로 개항되면서 이 도시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전후 가오슝은 대만의 산업화를 이끄는 중심지가 되었다. 1960-70년대에는 수출가공구가 설치되어 대만 경제 기적의 상징이 되었고 대규모 조선소와 철강공장이 들어서면서 산업도시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가오슝은 문화예술과 관광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도시 정체성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주요 지역의 특성과 문화유산
가오슝의 도시 경관은 항구도시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러브리버(愛河)를 중심으로 형성된 구도심에는 일제 시대의 건축물들이 남아있으며 항구 주변으로는 근대 산업유산들이 즐비하게 포진되어있다. 특히 폐조선소를 개조한 '가오슝 항구예술중심'과 옛 창고를 변신시킨 '하마싱 예술특구'는 산업유산의 창조적 활용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도시 발전의 특징
가오슝은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이뤄낸 도시다. 항구와 공장 지대였던 해안가는 현대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고러브리버 주변은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 되었습니다. 특히 2009년 가오슝 월드게임즈 개최를 계기로 건설된 생태공원과 현대식 경기장은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었다. 이제 가오슝은 산업도시의 이미지를 넘어 문화와 예술, 관광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해양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결론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이런 포스팅을 작성하기 전까지는 '대만'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까웠다. 사실 모른 채 살아가도 삶에는 지장이 없겠지만 알고 보니 대만의 도시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수백 년의 시간 동안 원주민, 네덜란드, 스페인, 중국, 일본 등 다양한 문화가 이 섬에 발자취를 남겼고 그것이 오늘날 대만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각 도시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조화시켜왔다는 점이다. 타이페이는 습지에서 국제도시로, 타이난은 옛 수도의 품격을 지키며, 지우펀은 광산촌에서 문화예술의 도시로, 타이중은 계획도시에서 문화의 중심으로, 화롄은 자연과 함께, 가오슝은 산업도시에서 해양문화도시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왔다.

 

이제 대만은 내게 단순한 여행지가 아닐 듯 하다. 역사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자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도시들의 집합이다. 물론 이래 놓고도 가면 열심히 먹고 놀러 다니겠지만...🥲

 

이상 길고 길었던 대만 여행 전 세 번째 '대만의 역사' 포스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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